김욱진커피 로스터즈 W스퀘어점
당신의 커피 영역을 넓혀 줄... 너무 유명해지기 전에 반드시 방문해야 할 카페
매일 11:00 - 20:00
주차가능 / 부산 남구 분포로 145 더블유 스퀘어동 1054호
달이랑 W스퀘어 상가에서 놀다가 다리가 아파서 늘 가던 스벅을 들어갔는데 너무 시끄럽고 사람이 많아 돌아 나오게 됐다.
W스퀘어 상가에는 카페가 꽤 많은데 대부분은 저가형 테이크아웃 커피 매장이고 무인매장도 있다.
텐퍼... 맘모... 컴포... 지역번호... 커피숍들은 싸서 좋긴 한데 커피가 너무 노맛이라 가기가 싫고
스벅 투썸은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데 갈만한데 없나.. 하고 둘러보던 중
안쪽에 테이블 세개와 바 자리 4자리가 있는 작은 카페였다.
간판도 없고 인테리어도 된 듯 만 듯 입구에는 꺼져있는 키오스크와 박스.. 새로 생기고 있는 카페였다.
상가 중앙 쯤에 있는 김욱진커피 로스터즈.
힙한 백발에 캐주얼한 의상과 운동화를 신고 커핑을 하시면서 고인물의 슬러핑을 하고 계신 곳곳에 재생 되고 있는 영상의 주인공.
누가 봐도 사장님인 분이 커피를 드립하고 있는 카페. 이 정도면 커피맛은 최소 평타는 치겠다는 생각에 들어갔다.
커피 같은 커피는 5천 원
커피 아닌 커피는 6천 원
패기... ㅋㅋ
잘 모르지만, 게이샤 커피가 라인업에 있는 걸 보고 약간 놀랐다. (비싸다고 들어서)
1번 에티오피아 게샤빌리지와 2번 레이즌허니를 주문했고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사장님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시고 직원분이 테이블로 서빙해주셨다.
첫 모금 마셨을 때 느낌은 둘 다 내가 생각하는 "커피"라는 영역을 벗어나 있다는 것이었다.
게샤빌리지는 첫 모금을 들이켰을 때, 너무 다양한 향이 휘몰아쳐서 커피에 무슨 나쁜(?) 짓을 한 건가 싶을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에는 내가 그동안 맛있다고 생각했던 커피에서 좋다고 느꼈던 향들이 차곡차곡 정리되면서 기분 좋은 향들만 남았고 두 번 세 번째 모금을 마실 때쯤엔 내가 마셔본 커피의 하이 엔드라인을 한층 위로 끌어올려줬다.
와 진짜 맛있다. 진짜 좋은 커피다.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온통 커피 생각으로 가득 찼다.
레이즌허니는 마셨을 때 게샤빌리지보다 훨씬 더 향의 이질감이 심했다. 온갖 과일향이 쏟아졌고 이건 내 이해력 밖의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 세 번 네 번 입을 대면서 계속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만족스럽다 라는 느낌의 영역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커피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건 진짜 커피 아닌 커피였다. 내 커피 분해력이 올라갈 때까지 이 정도의 커피는 참는 걸로...
달이랑 계속 커피이야기만 30분은 한 것 같았다. 커피숍에서 커피이야기만 하고 앉아있었던 건 처음인 것 같다.
두 잔을 싹 비우고 나니 내 커피 경험을 한층 끌어올려준 커피를, 무려 이 커피를 고르고 볶고 갈아서 내린 고인물 사장님이 내 앞에 있다?
한잔 더 못 참지!
삥타이거를 자주 보던 터라 바형 테이블에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소심하고 내향적인 나는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반드시 바 테이블에 앉아서 두 번째 커피를 마시면서 이 커피 고수와 한마디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내가 모든 경험을 다 직접 하기에는 시간이나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걸 너무 좋아하는데,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든 사람이면서 그 분야에 대한 성과를 이만큼이나 냈고, 그 사람과 해당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다면 그 가치는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게 내가 관심 있는 분야라면 얼마든지 시간과 돈을 써도 아깝지 않다.
자리를 바 테이블로 옮겼고 두 번째 잔을 주문했다. 첫 두 잔은 더워서 아이스로 먹었지만, 두번쨰 두잔은 이미 충분히 몸이 식은 상태라 뜨겁게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사장님께 추천을 받았다. 근데 둘 다 아이스로 추천해주셔서 이번에도 둘다 아이스로 주문.
이번에 주문한 건 에티오피아YF와 코스타리카 카투스 였다
직원분이 아주 디테일하게 원두 무게와 분쇄도를 조절하면서 원두를 갈아놓고, 커피포트에 온도를 올리면서 준비를 끝내자 사장님이 나오셔서 커피를 내려주셨다. 한잔 한잔 내릴 때마다 슬러핑을 하셔서 커피맛을 직접 핸들링하시는 것 같았다.
에티오피아 YF는 커피 아닌 커피의 마지막 원두였고, 내가 느끼기에는 레이즌허니와 느낌이 비슷했다. 레이즌허니처럼 과일향이 너무 과하게 나고, 커피보다는 다른 과일음료 같은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 이 원두 역시 내 이해도를 벗어나는 커피였고 아직은 이런 커피를 마시기에 내 이해도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타리카 카투스는 사실 좀 심심했다 ㅋㅋ 앞에 먹었던 게샤빌리지가 워낙 임팩트가 강했던 터라, 코스타리카 카투스는 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커피를 쓰는 커피숍에서 잘 내린 커피를 마셨을 때 나는 느낌은 맞았지만 뭔가 "와~~" 하는 느낌은 좀 덜했다. 다른 커피숍에서 이 커피를 첫 잔으로 마셨다면 나는 그 커피숍을 커피 잘하는 커피숍이라고 기억하겠지만... 앞서 먹은 게이사 커피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잔째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사장님이 다가와서 커피가 어떠냐고 물어봐주셨고, 사장님과 커피에 대해 한참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지만 나도 한동안 커피숍 창업을 꿈꿔왔던 사람으로서 사장님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이해를 공유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재미있는 분이고 특이한 분이셨다. 특히 명함의 전화번호를 보는 순간.. 이분은 찐이라는 생각이 빡 들었다.
로고의 의미가 참 궁금해서 달이랑 한참을 추측했는데 사장님이 원래 음악을 하시던 분이라 피아노 건반을 콘셉트로 잡고 만든 로고라 하셨다. 사장님의 배경을 모른 채로는 절대 맞출 수 없었을 듯..
여기 w스퀘어는 두 번째 매장이고, 본점은 부곡동에 있다고 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코퀄리티의 데일리 커피를 즐기게 하고 싶으시다는, 공대 출신의 음악가 이면서 커피에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하는, 이런 분들을 만나면 내 속에 있는 불씨에 바람이 분다.
집에 돌아와서 사장님이 나온 유튜브들을 찾아봤고, 부곡동 본점에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엔 본점에 가서 또 다른 원두를 경험해 봐야겠다.
적고 싶은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은데 (커피 라벨이 바뀌어 서빙된 에피소드나, 구서동행님 유튜브에 나오는 이야기, 원두 구매 에피소드.. 등등 )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적어야지.
업무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한 주를 보냈던 터라 이번 주말은 꽤 강한 치유가 필요했는데 오전에 엄마랑 만나서 한번 강력하게 힐링하고, 오후에 김욱진커피에서 석유급 고인물의 커피를 마시며 나눈 이야기 덕분에 완전히 회복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의 커피를 이런 편한 장소에서 먹을 수 있다는 건 먹을수록 돈 번다고 봐도 된다.
사장님이 망할까봐 오히려 걱정되는 수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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