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게임을 하면서 여러 개의 키가 동시에 입력이 되지 않는 걸 보고 해결방법을 찾다가 기계식 키보드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어릴 때 사용하던 세진 키보드가 기계식 키보드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20대 때부터는 게임을 덜 하게 됐고, 맥북을 쓰게 되면서 노트북 내장 키보드 이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됐다.
기계식 키보드와의 재회
지난겨울 학원에서 파이썬 수업을 하러 갔더니 키보드가 기계식이었다. 오랜만에 타건 해본 기계식 키보드의 손맛에 완전히 빠져버렸고, 기계식 키보드가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에 꽤 놀랐다. 맥북의 기본 키보드가 너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다른 키보드는 거들떠본 적도 없었다. (집에서 가끔 게임을 할 때는 와이프가 쓰던 무선 키보드를 써서 키보드에 대한 니즈 자체가 없었다)
그렇게 기계식 키보드의 손맛을 느껴버린 내 손은 더 이상 멤브레인 키보드를 누르지 못하는 손이 되어버렸다. 집에서 키보드를 검색해보니 아주 가격대가 대단하다 1만 원부터 30만 원 이상 나가는 키보드도 있더라. 내 머릿속에 키보드 마우스는 2만 원을 넘지 않았는데, 적지 않은 쇼크였다. 당장 당근 마켓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검색했고 마이크로닉스 제로라는 키보드가 단돈 1만 원에 올라와있었다. 즉시 거래 약속을 잡고 거래를 했고, 집에 와서 연결해 사용을 시작했는데, 키보드 키가 자꾸 씹히고 두 번 눌리고 난리도 아니더라. 조금 알아보니 펌웨어 업데이트를 해줘야 한다고 해서 해주고 나니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막 번쩍번쩍거리고 방에 불 꺼놓고 키보드만 켜져 있으면 아주 예뻐...
마이크로닉스 죽이고 싶다.
한 보름쯤 사용했나, 이 키보드는 화면 잠금 모드가 풀리면 알트키가 눌러진 상태로 동작했다. 알트키를 한번 눌러줘야 알트키의 눌러진 상태가 해제되는 결함이 있었고, 가끔은 펌웨어를 다시 설치해줘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일을 통해 나는 앞으로 마이크로닉스 키보드는 영원히 살 일 없다.
점점 눈이 높아지는...
그리고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알게 된 스위치의 종류. 내가 샀던 마닉 제로는 적축이었다. 살 때는 스위치 종류가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샀는데, 사용을 하면서 마트에 가니 키보드가 전시돼있는 걸 보고 이것저것 쳐보다 보니 적축이 꽤 괜찮다는 걸 느꼈다. 청축은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민감한 아내가 굉장히 거부감이 컸다. 레이저의 제품을 타건했는데 완전히 신세계였다. 손가락이 키보드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경쾌했다. 하며 가격을 봤더니 32만원... 스위치도 레이저에서 직접 제작한 전용 스위치... 비싼 건 비싼 값을 하는구나... 싶더라. 이때부터 조금씩 눈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ㅋㅋ
웨이코스 씽크웨이 토체프 D&T 콜라보 체리 키보드 (적축)
막무가내로 비싼 키보드를 살 수는 없다.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만나게 된 듀가드 토체프. 레트로 한 디자인과 훌륭한 마감에 그대로 꽂혔다. 당근마켓에서 제품을 기다리고 있다가 나올 때 바로 구매. 새 제품 가격은 14만원 정도 했다. 나는 9만원 정도에 구매했다. 10만원정도 하는 키보드를 산다는 게 만원짜리 키보드만 쓰던 나에게 쉽진 않았지만, 사치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조금 들긴 했지만 연결하고 타건 해보는 순간 만족도가 더 컸다. Q 를 한대 더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달까...
시끄럽다
2주 정도 사용했을 무렵, 데스크톱으로 K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꽤 시끄럽다고 느껴졌다. 저소음 스위치에 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 기계식을 쳤을 때는 청축이 좋았다. 아주 가볍게 찰칵거리는 기분이 마치 대단한 기계를 조작하는듯한 기분까지 들게 했다. 하지만 점점 소리가 스트레스로 바뀌기 시작했고, 소리가 덜나는 스위치를 생각하다 저소음 스위치를 사야겠다 마음먹었다.
저소음 흑축
다른 스위치의 완전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스위치만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고나라를 존버 하던 중에 토체프 저소음 흑축을 발견했고, 구매했다. 판매자는 키보드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고 그녀는 저소음 흑축만 사용하는 디자이너였다. 뭔가 있어 보이잖아...ㄷㄷ
글이 너무 길어져 다음에 이어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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